AI와 일 · 에세이 2 / 2

권한을 넘겼는데, 결정은 왜 그대로일까

제품 결정과 담당자의 평가, 평가 기준의 개정을 구분합니다. 위임을 존중하면서 권한을 갱신하는 조건을 살펴봅니다.

CMORE ·

작은 회의 테이블에서 한 동료가 결정 문서를 맞은편 동료에게 돌려주고, 세 사람이 그 문서를 바라본다.
개념 삽화 · AI 생성맡긴 결정이 매번 돌아온다면, 무엇을 위임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맡긴 결정이 매번 돌아오는 회의

작은 제품팀의 회의를 가정해 보자. 창업자는 한 구성원에게 신규 고객의 가입 절차를 맡긴다. 목표는 가입 중 이탈을 줄이는 것이다. 담당자는 배정된 개발 인력과 예산 안에서 화면 구성과 실험 순서를 결정할 수 있다. 개인정보 처리 방식이 달라지거나 기존 고객과의 계약에 영향을 주면 창업자가 개입한다. 시작 전에 범위와 자원, 예외 조건까지 합의했다.

담당자는 고객 문의를 읽고 사용 기록을 살펴 가입 화면을 줄이기로 한다. 회의에서 창업자가 말한다. “그 방향은 알겠는데, 이번에는 기존 화면을 유지하죠.” 아직 공유하지 않은 계약 문제가 생겼다면 필요한 개입일 수 있다. 담당자가 놓친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면 멈추는 편이 맞다. 결정이 한 번 뒤집혔다는 사실만으로 위임이 거짓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같은 일이 반복된다. 합의한 예외에 해당하는 새 사실은 없는데, 이번에는 화면의 인상이, 다음에는 설명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택이 바뀐다. 처음에는 담당자가 결정해도 된다고 했던 일들이 다시 승인을 기다린다. 실험 일정이 밀려도 결과를 설명할 사람은 여전히 담당자다.

창업자가 나쁜 의도를 품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초기 고객을 직접 설득했고, 작은 변경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겪었을 수 있다. 담당자보다 넓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생각도 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책임이 어떤 결정이든 예고 없이 되가져올 수 있는 근거가 되면, 처음의 합의는 무엇을 보장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이 팀에서 확인할 것은 누가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말했느냐가 아니다. 담당자가 어떤 선택을 자기 판단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그 선택을 멈추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다. “맡겼다”는 말은 그 두 가지에 대한 답이 있을 때 비로소 구체적인 뜻을 갖는다.

결정을 맡기는 일과 사람을 정하는 일

여기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결정이 겹쳐 있다. 가입 화면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일을 앞으로도 같은 사람에게 맡길 것인가. 그 사람을 뽑고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제품에 관한 결정, 담당자의 선임과 평가, 그 기준의 개정이다.

담당자에게 첫 번째 권한이 있다고 해서 나머지 두 가지까지 독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맡은 범위 안에서 결정할 수 있어도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 과제를 계속 맡을 만한지 평가받아야 한다. 반대로 담당자를 정할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내리는 모든 선택을 대신할 필요도 없다. 사람을 믿고 맡기는 것과 그 사람을 영원히 교체하지 않는 것은 다른 약속이다.

아기옹과 티롤은 공식 권한을 결정할 권리로, 실질 권한을 결정에 대한 실효적인 통제력으로 구분했다. 상급자가 번복할 권리를 보유해도 정보를 더 잘 아는 구성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구성원에게 실질 권한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의 이론에는 특정 결정을 되돌릴 수 없도록 맡기는 경우와, 개입에 비용이 드는 조건부 위임이 구별되어 있다.1 그러므로 거부권의 존재만 세어서는 권한의 실제 배분을 알 수 없다. 누가 정보를 얻고, 대안을 만들며, 어떤 경우에 그 선택이 실행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 논의의 출발점인 「조직은 사람보다 늦게 늙는다」는 이미 직책 순환과 진입 기회의 개방을 구분하고, 창업자 없이도 규칙을 해석하고 수정할 통치 구조를 말한다. 선발 기준 자체의 재검토, 과거 기여에 대한 보상과 현재 판단권의 분리도 그 글의 핵심이다.2 여기서 더 따져볼 문제는 그런 갱신을 실제 업무에 가져왔을 때 생기는 긴장이다. 권한을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오늘 맡긴 결정을 언제든 회수해도 된다는 말로 바뀌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의 공로를 인정하는 일부터 이 구분이 필요하다. 초기 제품을 만든 사람의 지분과 보상은 그 약속대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을 지킨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제품 선택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판단할 권한은 현재 맡은 책임과 필요한 정보에 연결되어야 한다. 이 구분이 있어야 오래 기여한 사람도 자문이나 투자, 다른 과제를 맡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결정권을 내려놓는 일을 과거 기여의 부정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바꾸는가 서로 연결되지만, 같은 결정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결정

이번에는 무엇을 할까

합의한 범위 안에서 방향과 실행을 선택합니다.

담당자의 선임·평가

누구에게 맡길까

현재 책임과 다음 역할의 적합성을 살펴봅니다.

평가 기준의 개정

무엇으로 판단할까

기준을 고칠 주체와 적용 시점을 구분합니다.

세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사람이 맡더라도 어떤 결정을 다루는지 구별하자는 제안입니다.

설명도 · 오늘의 제품 선택, 담당자의 평가, 평가 기준의 수정을 구분합니다.

평가표가 놓친 일을 누가 말할 수 있나

권한을 재검토하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근거를 만드는 평가표도 일을 빠뜨릴 수 있다는 데 있다. 화면을 몇 번 배포했는지는 세기 쉽다. 위험한 변경을 찾아 중단시킨 일이나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줄인 일은 기록 방식에 따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기록이 적다는 이유로 기여가 적다고 판단하기 전에, 무엇이 기록에 들어오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작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2025년 Kubernetes 조직의 멤버십 점검에서 활동 중인 일부 etcd 기여자가 정리 대상으로 제안된 목록에 들어갔다. 점검 도구가 etcd 쪽 기여 통계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관련 수정은 두 통계 출처를 함께 반영하도록 도구를 바꾸었고, 7월 3일 병합됐다.3 활동 기준을 새로 만든 사건도, 실제로 내보낸 사람을 복귀시킨 사건도 아니다. 기존 기준을 적용하는 데 쓰인 데이터가 잘못되어 이를 바로잡은 사건이다.

이 구별은 작은 팀에서도 중요하다. “제 고객 인터뷰가 집계에서 빠졌습니다”와 “고객 인터뷰를 배포 횟수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합니다”는 다른 주장이다. 앞의 말은 현재 기준에 따른 사실 확인을 요구한다. 뒤의 말은 무엇을 성과로 볼지 바꾸자는 제안이다. 둘을 모두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처리하면, 단순한 누락을 고치는 데에도 기준 전체를 두고 논쟁해야 한다. 반대로 모든 이의를 데이터 오류라고 부르면 정당한 기준 변경 논의를 피하게 된다.

평가받는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만 제시할 수 있다는 반론은 맞다. 그렇다고 평가자의 자료만 검증을 면제받을 이유는 없다. 반론은 최종 결정을 뒤집을 특권이 아니라, 근거를 다시 확인하게 할 통로여야 한다. 담당자는 누락된 기록을 제시하고 평가자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배제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평가자가 정한 방식으로 남긴 기록만 인정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낸 사람은 출발부터 불리하다. 새로운 사람이 책임 있는 자리에 들어올 수 있으려면 지원 자격을 열어두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기존 담당자와 다른 경로로 문제를 푼 증거도 평가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바꾸어도 판단하는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

기준을 고쳐도 지난 결정을 빼앗지 않으려면

기준을 바꾸자는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른 위험이 생긴다. 평가가 다가올 때마다 새 기준이 등장하는 것이다. 가입 이탈을 줄이라는 과제를 마쳤더니 이제는 고객 설명의 충실도가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설명의 충실도가 실제로 중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작할 때 없었던 기대를 끌어와 지난 선택을 무능의 증거로 삼으면, 담당자는 무엇을 약속받았는지 알 수 없다.

일관성과 수정 가능성을 함께 다룬 레벤털의 논의는 이 충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사람과 시간에 걸친 절차의 일관성을 말하면서도,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결정하는 사람의 선정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포함했다. 다만 이는 공정성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관한 추론적 틀이며, 특정 절차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4 기준을 영원히 고정하라는 뜻도, 이의를 낸 사람에게 규칙 개정권을 자동으로 준다는 뜻도 아니다.

여기서 제안하는 구분은 단순하다. 현재 규칙 아래에서 틀린 증거나 잘못된 절차는 발견했을 때 바로 고친다. 새로운 기대를 추가하는 일은 별도로 다룬다. 가입 이탈 수치가 잘못 집계됐다면 평가가 진행 중이어도 정정해야 한다. 반면 다음 과제부터 고객 설명의 충실도를 함께 보려면 무엇을 어떻게 확인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 오류를 빨리 고치는 것과 뒤늦게 평가 항목을 늘리는 것은 같은 유연성이 아니다.

물론 사업 환경이 기다려주지 않을 때도 있다. 계약이 바뀌거나 새로운 위험이 드러나면 과제 도중에 목표와 범위를 바꾸어야 할 수 있다. 그때는 일이 달라졌다고 명시하면 된다. 무엇이 바뀌었고, 남은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조정할지, 이미 한 선택은 어떤 조건에서 평가할지 다시 합의하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은 지난 약속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권리가 아니다.

누가 이런 변경을 결정할지도 남는다. Python의 PEP 13은 운영위원회의 권한과 그 권한을 정한 문서의 개정 권한을 구별한다. 위원회는 기능 릴리스 뒤 선거로 구성되며 연임 횟수 제한은 없다. 문서의 실질적 개정은 핵심 개발자 집단의 투표를 거쳐야 하고 위원회가 단독으로 바꿀 수 없다. 다만 그 집단에 들어가는 것부터 기존 구성원의 찬성이 필요하며, 위원회는 신규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5 개정 절차가 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열린 구조는 아니다.

작은 팀이 이 선거 구조를 복제할 필요는 없다. 참고할 것은 일을 운영하는 권한과 운영 권한의 조건을 고치는 권한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사람이 둘 다 맡더라도, 지금 제품 선택을 검토하는지 담당자를 평가하는지 규칙을 바꾸는지 밝힐 수 있다. 별도 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 그 구분을 회의 기록에 남기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현재 리더도 평가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다만 재검토가 반드시 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잘 모으고 다른 사람의 판단을 도우며 지금의 문제를 가장 잘 풀고 있다면 계속 맡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사람이 남았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맡을 가능성도 실제 근거에 따라 검토되었느냐다. 새 담당자가 예산과 필요한 인력을 요청할 수 없고 직함만 받는다면 그 가능성은 아직 명목에 가깝다.

나란히 앉은 두 동료가 오래된 노트와 새 노트를 함께 읽고, 한 사람은 과거 기록을 짚고 다른 사람은 새로 적는다.
개념 삽화 · AI 생성경험을 나누는 일과, 모든 결정의 동의권을 남기는 일은 다르다.

남겨야 할 지식은 어떻게 옮길까

지금까지의 주장에 가장 강한 반론은 연속성이다. 오래 맡은 사람을 물러나게 하면 문서에 없는 지식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약속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과거의 실험이 왜 중단됐는지, 숫자가 좋아 보일 때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는 인수인계 목록만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역할을 자주 바꾸는 것이 언제나 권한을 넓히는 길은 아니다.

역사가 매들린 젤린은 18세기 강남의 조세 행정을 설명하면서 지방관의 제한된 지역 지식과 과중한 업무, 행정 실무자에 대한 재정 정보 의존을 지적한다. 지방의 수납 업무뿐 아니라 상급 재정 행정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서리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6 이 대목은 자리에 앉은 사람을 바꾸어도 정보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의존은 남을 수 있다는 반론을 뒷받침한다. 인사 순환이 그 의존을 낳았다는 인과관계나 특정 재임 기간이 해법이라는 주장까지 끌어낼 수는 없다.

작은 팀에서도 담당자는 바뀌었지만 고객과의 대화는 여전히 전임자만 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새 담당자가 매번 전임자의 해석을 거쳐야 한다면, 서명하는 사람과 판단을 구성하는 사람이 달라진다. 그래서 권한 이전에는 접근권도 들어가야 한다. 고객 기록을 읽고, 관련 회의에 참여하고, 위험을 설명하는 사람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전임자의 의견을 제거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을 조언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쪽에 가깝다. “예전에 이 방식으로 실패했다”는 말을 들으면 당시의 조건과 지금 달라진 점을 함께 확인한다. 그 설명이 선택의 근거가 되는 것과 설명한 사람에게 최종 동의권이 남는 것은 다르다. 지식을 남기려다 모든 결정을 다시 그 사람에게 보내면, 새 담당자가 상황을 직접 이해할 기회도 줄어든다.

창업자의 판단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다. 고객에게 숨겨서 돈을 벌지 않겠다는 원칙과 특정 화면을 유지하겠다는 선택은 같은 수준의 약속이 아니다. 전자는 지켜야 할 이유와 적용 범위를 분명히 남길 필요가 있다. 후자는 그 원칙을 구현했던 여러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위험을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설명하되, 그 목적을 달성하는 제품과 업무 방식까지 고정하지 않아야 한다. 보존할 이유를 전달하는 것과 과거의 답을 반복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다음 사람은 동의하는 법만 배워서는 안 된다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도 결정할 일이 없으면 다음 담당자를 준비시키기 어렵다. 회의에 참석해 숙련자의 설명을 듣는 것과, 불완전한 정보로 대안을 고른 뒤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다른 경험이다. 늘 최종 답을 받은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독립적인 판단을 요구하면, 그동안 맡기지 않았던 일을 이제 잘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한 미국 외상센터를 다룬 클라인 등의 질적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의사가 치료팀을 이끌고, 더 숙련된 의사가 뒤에서 관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시에 상급자는 상황과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지휘를 다시 가져왔다.7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위계 안에서도 실제 과업을 이끄는 역할이 오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호된 임기를 시험한 것도, 후계자 양성의 성과를 입증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제품팀에서 얻고 싶은 것은 관찰석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담당자가 대안을 선택하고, 창업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자기 근거를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험이다. 위험이 큰 일부터 맡길 필요는 없다. 되돌릴 수 있는 범위와 필요한 자원을 정하면 된다. 다만 작은 일이라도 매번 원하는 답을 맞혀야 끝난다면, 담당자가 연습하는 것은 판단보다 승인받는 방법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리더의 기여를 볼 때 자기 결과만으로 평가를 마치지 말자는 제안이 나온다. 다른 사람이 어떤 결정을 직접 맡을 수 있게 되었는지도 보자는 것이다. 이때 후임이 전임자와 같은 답을 냈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필요한 근거를 찾아 서로 다른 선택의 비용을 설명할 수 있는지, 전임자가 자리를 비워도 과제가 진행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더 넓은 일을 원할 때, 선택지는 기존 직책을 기다리거나 퇴사하는 두 가지뿐일 필요가 없다. 새 제품이나 시장을 독립적으로 맡고, 경우에 따라 별도 사업을 논의할 수 있다. 이 경로도 이름만 독립이어서는 부족하다. 배정된 자원으로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 정하지 않으면 처음의 회의가 다른 사업에서 반복될 뿐이다.

그렇다고 독립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낙관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미국 10개 주의 법률서비스 기업을 분석한 2013년 관찰 연구에서는 함께 이탈한 팀이 클수록 신생 기업의 실패가 적고 기존 기업의 이듬해 직원당 과세 보상액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후자는 매출의 대리 지표로 쓰였다.8 신생 기업의 생존과 기존 기업의 이 지표를 더하고 빼서 전체 이익을 계산할 수는 없다. 사람이 함께 떠날 때 남은 조직이 부담할 비용은 실제 논의 대상이다.

따라서 퇴사를 배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비용을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고객 약속과 정보 접근, 인수인계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관계를 반드시 끊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함께 일할 기회나 재합류, 투자와 소개를 선택지로 남길 수 있다. 떠나는 사람에게 무조건 혜택을 주거나 남은 사람에게 손실을 감수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남는 선택과 떠나는 선택 모두 조건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맡겼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

처음의 가상 회의로 돌아가 보자. 담당자가 가입 화면을 줄이겠다고 제안한다. 창업자는 여전히 기존 화면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 필요한 대답은 무조건적인 찬성도, 최종 책임을 내세운 자동 반려도 아니다.

합의한 예외에 해당하는 새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지 밝히고 필요한 만큼 개입한다. 단지 다른 선택을 선호한다면 의견으로 전달하고, 맡긴 범위의 결정은 담당자에게 남긴다. 집계가 틀렸다면 즉시 바로잡는다. 목표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면 바뀐 조건과 남은 일을 다시 정한다.

과제가 끝난 뒤에는 그 사람에게 다음 일을 맡길지 검토할 수 있다. 평가 기준이 중요한 기여를 빠뜨렸다면 기준을 고치는 논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하며 오늘의 의견 차이를 담당자의 자격 문제로 바꾸지는 않는다. 반대로 담당자도 자기 결정권을 이유로 근거 확인이나 이후의 평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

여기서 제안한 구분과 절차가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검증은 없다. 남는 판단 부담도 있다. 무엇이 새로운 위험이고 무엇이 단순한 선호인지, 어떤 변화가 즉시 필요한지 사람들은 계속 다툴 것이다. 이 제안의 목적은 그 다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 드러내는 데 있다.

회의가 끝나도 창업자의 생각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담당자의 실험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합의한 범위 안에서 선택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었다면, 맡긴 일은 실제로 그 사람의 일이었다. 권한을 넘겼다는 말은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을 때도, 누가 무엇을 결정하기로 했는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1. Philippe Aghion·Jean Tirole, “Formal and Real Authority in Organization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5(1), 1997, pp. 1-3, 7-8, 15-16. 공식·실질 권한 및 조건부 위임을 다룬 경제이론. 본문의 기록·합의 절차를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

  2. Dori, 「조직은 사람보다 늦게 늙는다」, 2026년 9월 2일, 전체 글, 특히 §§6, 9, 10, 13. 진입 개방, 수정 가능한 통치 구조, 선발 기준 재검토, 보상과 현재 권한의 구분을 포함한 규범적 제안의 출발점이다.↩︎

  3. Kubernetes/org, “korg: update audit cmd to evaluate both k8s + etcd contributions”, PR #5688, 본문 및 병합된 패치, 2025년 7월 3일 병합. 관련 관리자 확인. 같은 사건의 기록이며 실제 제명·복귀나 기준 개정의 사례가 아니다.↩︎

  4. Gerald S. Leventhal, “What Should Be Done with Equity Theory? New Approaches to the Study of Fairness in Social Relationships”, 1976년 9월 원고, ERIC ED142463, 인쇄면 pp. 21, 23-24, 27-28. 추론적 성격에 대한 설명은 pp. 22, 44. 이후의 1980년 수록본이 아니라 이 원고를 기준으로 했다.↩︎

  5. PEP 13: Python Language Governance, 2026년 3월 22일 개정본, “Term”, “Powers”, “Membership”, “Changing this document”. 실질적 문서 개정은 핵심 개발자 투표의 투표수 기준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규정의 내용이지 운영 성과에 대한 증거는 아니다.↩︎

  6. Madeleine Zelin, The Magistrate’s Tael: Rationalizing Fiscal Reform in Eighteenth-Century Ch’ing Chin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84, pp. 246-247. 해당 대목의 역사학적 설명을 인용했으며, 근거가 된 청대 문서를 독립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7. Katherine J. Klein·Jonathan C. Ziegert·Andrew P. Knight·Yan Xiao, “Dynamic Delegation: Shared, Hierarchical, and Deindividualized Leadership in Extreme Action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51(4), 2006, pp. 590-621. 해당 내용은 공개 저자 원고 pp. 18-28, 한계 논의는 pp. 47-49. 한 외상센터의 질적 연구이며 상급자의 재량적 권한 회수를 포함한다.↩︎

  8. Rajshree Agarwal·Benjamin A. Campbell·April M. Franco·Martin Ganco, What Do I Take With Me?: The Mediating Effect of Spin-Out Team Size and Tenure on the Founder-Firm Performance Relationship, CES 13-17, 2013년 4월 워킹페이퍼, pp. 17-20, 23-24, 28-29, Tables 7-9. 기존 기업 표본의 생존 관련 제한과 관찰되지 않은 사업 기회의 질 등으로 인과 해석에 한계가 있다. 지원형 분사 제도의 효과나 양측의 순편익을 측정한 연구는 아니다.↩︎